홍콩의 번화가인 침사추이.


이곳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휴대폰 매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고객의 대부분은 10~20대의 청년층이다.


매장에서 만난 그레이스씨(25)는 "한국산 휴대폰은 디자인이 예쁘고 기능이 다양한데다 벨소리도 40화음이어서 가격이 비싸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산 휴대폰이 세계를 재패하고 있다.


이미 중국 홍콩에선 "부(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한국 휴대폰은 "명품"대접을 받고 있다.


독일의 전문잡지인 커넥트가 삼성 휴대폰을 최우수 제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수출실적도 눈부시다.


우리나라 휴대폰 수출액은 올 1백5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를 제치고 반도체에 이어 2위 수출품목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같은 한국 휴대폰의 성공은 "마케팅과 기술력,디자인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동통신수출진흥센터 조성갑 원장)라는 분석이다.


<>마케팅 전략의 승리=마케팅 측면에서 한국기업들은 틈새시장 공략을 선택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우리 기업들은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 막강한 외국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때 중저가 위주 제품보다는 고가 제품으로 정면 승부하는 전략을 택했다.


시장점유율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고급 제품을 출시했고 이런 전략이 커다란 성과를 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삼성과 LG전자는 지난 2.4분기 세계 휴대폰시장의 9.5%와 3.1%를 각각 점유했다.


삼성이 세계 3위,LG는 세계 6위업체가 된 것이다.


세계 1위인 노키아(점유율 35.6%)와 2위인 모토로라(15.7%)에 비해 비율은 떨어지지만 우리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이 아닌 고가 제품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에 통상 20%이하의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외국 업체보다 훨씬 높은 30%대의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고가폰 시장만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의 30%정도를 차지,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고가제품 공략은 기업 이미지 향상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부수적 효과도 낳고 있다.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승부=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이 없었다면 고가폰 시장 공략은 성공할 수 없었다.


국내업체들은 외국업체보다 신제품을 한발 앞서 시장에 내놓고 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한 해에 20개 안팎의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우리 업체들은 한달 평균 5~6개 제품을 쏟아냈다.


한 개 모델 출시에 걸리는 시간도 외국업체들은 1년이상 걸리지만 국내업체들은 6~8개월이면 가능하다.


26만가지 색상을 구현하는 휴대폰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축적된 기술력 덕분에 가능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총괄 김종은 사장은 "가전제품에서 다져진 작고 가볍게 만드는 기술이 한 몫을 했다"고 말한다.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디자인에 집착하지 않고 새롭고 독특한 모델을 개발한 것도 빼놓을수 없다.


2년여전 출시된 듀얼폴더 제품이 중국 젊은이들의 "재산목록 1호"가 됐고 화장품 케이스를 연상시키는 여성용 휴대폰이 프랑스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덕분에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과 일반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많아 어려움이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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