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19일 발표한 '2010 에너지정책 방향과 발전전략'은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에너지원별 경쟁시대를 열어가고 시장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석유판매업자간 수평거래 제한규정과 석유판매업별 업역제한 규정 등 잔존 규제를 없애겠다는 방안은 석유 유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또 아직은 `방향'에 불과하지만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에서 과잉 생산되는 기름을 북한에 지원한다는 방침도 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안(案)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 10월중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지만 향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내용의 첨삭 내지 보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평거래 허용 추진= 산자부는 내년 상반기중 석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 석유판매사업자간 수평거래를 허용하고 정유사-대리점-주유소.판매점-소비자 등으로수직화된 유통구조를 단순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올 초부터 석유유통시장 개선방안에 대한 용역을 진행중이다. 현행 석유사업법 시행령은 도매상인 대리점간의 거래와 소매상인 주유소나 판매점간의 석유제품 거래를 말하는 `수평거래'를 금하고 있다. `혁명'에 가까운 산자부 의지가 관철될 경우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유도돼 시장점유율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업체는 물론 주유소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수평거래가 이뤄지면 상표와 제품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 주유소에 생산자 간판을 달고 있는 폴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출처불명의 저질제품 유통도 예상할 수 있어 유통질서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 경우 도매를 담당하는 대리점 시장이 위축되고 정유사의 도매시장 장악력이약화되면서 메이저 정유업체와 대리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시행령 개정과정에서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자부는 또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류카드제에서 벤치마킹한 유류구매 전용카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유업계 수평거래 `안된다'= 정유업계는 현재 수평거래가 허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석유제품 불법거래가 횡행하고 있는데 이같은 거래방식이 허용되면시장혼란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국 1만500여개의 주유소중 자영주유소가 80%인 상황에서 주유소간 거래가 가능해지는 수평거래 허용은 상표 표시제 붕괴를 초래할 뿐더러 석유 유통질서가지금보다 더 문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기 침체로 석유소비가 줄면서 작년 하반기 이후 동남아 시장에 값싼 석유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국내 석유수입사들이 수입량을 대폭 늘려 국내현물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석유제품 현물가격은 국내 정유사가 자사 상표표시 폴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장도 가격보다 드럼(200ℓ)당 2만원 이상 싸며 주유소들은 이런 유류제품을앞다퉈 공급받아 시세차익을 챙기고 있으나 정작 소비자가격에는 반영하지 않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간 석유제품 수평거래가 허용되지 않은 것은 유통질서가문란했기 때문"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값싼 외국산 유류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유통질서가 더 악화된 상황에서 수평거래를 허용하려는 정부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 석유류 지원 검토= 남북협력 차원에서 국내 과잉유종의 대북 지원을 추진하고 통일에 대비한 `남북통합형 석유시스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석탄과 수력 위주의 에너지수급 때문에 1차에너지 가운데 석유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우리의 50%에 크게 못미치는 10%이고 정제능력은 승리화학공장과 봉화화학공장 등 2곳에서 하루 7만배럴을 처리, 우리의 35분의1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정제능력이 하루 244만배럴에 달하면서 유종에 따라서는 소비감소와 과잉생산으로 남는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 여하에 따라 국내에서 과잉생산되고 있는 아스팔트와 벙커C유 등 비군수용 유종을 먼저 지원하고 차차 윤활기유, 경유, 등유, 휘발유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게 산자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과중한 세제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로꼽히는 우리 현실에 비춰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않은 만큼 성사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남북통합형 석유시스템의 경우 내년에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석유공사, 정유업체,송유관공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수급전망과 북한내 기존 정유공장 위탁운영 방안 및신설계획, 남북 송유관망계획 등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전력분야에서는 통일시대에 대비한 기술적, 경제적 사항에 대한 종합적인준비작업에 들어가 전기연구원 주관으로 `동북아 국가간 전력계통 연계를 위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이번 전략안에는 남한의 재고 무연탄과 석탄산업 잉여설비를 지원하거나 북한 대륙붕에 대한 공동 유전탐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한편 관계 진전에 따라 공식 채널을 통해 남북한 통합에너지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됐다. kjih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인교준.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