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던 게임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에 대응해 게임업계가 생존을 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있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유통하는 SCEK는 18일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PS2용 불법복제 게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사이트 운영자 등10여명을 형사고발 조치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 게임 유포는 PC 게임에 한정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PS2용 게임까지 번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SCEK 관계자는 "소니 본사에서 한국 게임시장 진출의 가장 큰 위험으로 게임 불법복제를 꼽을 정도"라고 이번 수사의뢰의 배경을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 회사가 판매하는 게임기인 X-박스 출시일을 일본보다 1년여 늦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불법복제판 유통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SCEK 측은 "국내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발달돼 있는 것이 불법복제판이 쉽게 퍼지는 이유"라며 "수십GB(기가바이트)에 해당하는 불법복제판이이렇게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 PC게임 유통사 관계자는 "정품 판매량은 1만장에 불과했는데 패치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은 5만명이 넘고 게임공략집을 사간 사람만도 3만명에 이를 정도로불법복제판이 넘쳐나고 있다"며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얼마전 국내 대표적인 게임개발사인 손노리는 불법복제 게임의 유통으로PC게임을 포기하고 온라인게임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또 한빛소프트, 위자드소프트, 카마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PC게임 유통사들은 자체 단속반을 만들어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복제 유포를 막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복제를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불법복제판을 CD로 제작해 오프라인 상에서 소량 유통되는 반면 국내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복제가 인터넷 상에서 빠르고 대량으로 이뤄지는 만큼 불법복제 혐의자의 신원을 확보하기 어려워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불법복제 게임의 통로가 되는 와레즈 사이트가 고정적인 사이트가 아니라 불법복제판 유포가 어느정도 끝나면 사라지는 `점조직'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복제판이 유포되면 저작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정품사기를 꺼려 결국 게임시장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