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유럽경제정상회의가 유럽연합(EU) 권역 확대통합 방안과 역내 경제 활성화 전략 등을 논의하고 17일(현지시간) 폐막됐다. 세계경제포럼(WEF) 주관 하에 이틀 일정으로 열린 이번 회의의 참석자들은 유럽대륙이 완전한 통합을 이뤄내 향후 국제무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통합과정에서 각 국의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 폐막행사에서 주최국인 오스트리아의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은 "모든 유럽 국가들이 통합에 참여한다면 국제정치에서 강력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때문에 유럽이 특유의 다양성을 잃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세르비아의 조란 진지치 총리도 "유럽이 정체성을 상실한다면 세계에 대한 영향력도 잃게 될 것"이라며 "유럽인들은 서로 다른 전통과 종교를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비아는 오는 2004년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동구권 10개국에 속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EU 확대 통합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회의 참석자들은 미주권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역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전략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앞서 WEF는 유럽 경제가 지난 10년 간 연 평균 2.5% 성장을 기록해 미국보다 평균 1%포인트 가량 성장률이 뒤처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영국 글로벌마케츠의 앨리스테어 존슨은 "EU 역내에는 비전과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장벽을 없애는 것이 반드시 경쟁적인 전략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시스코의 로버트 로이드 유럽 현지법인장은 유럽 경제인들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기업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예일대 배리 네일버프 교수는 기업인이 성공하면 영웅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탄을받는 유럽인들의 관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르키 리이카넨 EU 기업담당 집행위원은 그러나 유럽이 기본적인 경제 모델을 내버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잘츠부르크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