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장관'에서 '대학 교수'로 변신한 정덕구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이 1997년 말 외환위기를 학문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오는 10월 4일부터 이틀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위기와 개혁'을 주제로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총책임을 맡은 것. 98년 초 뉴욕에서 열린 외채 만기 재연장 협상 당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로서 한국 협상대표단을 이끄는 등 환란(換亂)의 한 복판에 섰던 그이기에 이번 행사가 더욱 관심을 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13편의 논문을 전원 국내 학자들이 발표하고, UC버클리대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를 비롯해 스탠퍼드대의 로널드 매키논 교수와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 일본의 가와이 마사히로 재무성 차관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6.25전쟁 이후 최대 국란으로 꼽히는 외환위기의 원인을 우리 손으로 직접 규명하고 싶었다"는게 정 교수가 밝히는 국제학술대회 개최의 변(辯)이다. 6.25 전쟁에 대한 분석작업이 대부분 외국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터라 "외환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우리가 해야 한다는 각오로 학술대회를 준비했다"는 것. 그만큼 준비과정에서 갖은 어려움도 겪었다. 정 교수는 "국내 학자의 논문들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저명한 외국학자들을 토론자로 초청했다"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이번 학술대회 논문집을 별도 책자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2000년 1월 산업자원부 장관직을 그만둔 뒤 서울대 교수로 초빙받기까지 8개월 동안 '실업자' 생활을 했다. 71년 국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에 몸담은 이래 줄곧 '앞'만 보고 달려 왔기에 갑작스레 주어진 '여유'가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재충전의 좋은 기회가 됐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자택인 서울 개포동 우성아파트 인근에 있는 양재천 뚝방길 조깅을 시작했다. 덕분에 몸무게를 2∼3㎏ 정도 줄일 수 있었다. 그가 최근에 감명깊게 읽은 책은 미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쓴 '대붕괴 신질서'(한국경제신문사 발간)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세계화에 대한 불만'. "공무원 생활을 할 때에는 아침 5시에 일어나 부하직원들이 만든 보고서를 읽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는데 요즘은 읽고 싶은 책이나 국제경제 관련 논문들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 [ 약력 ] 1948년 충남 당진생.행시 10회 1971년 고려대 상학과 졸 1983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석사 1979년 재무부 국제조세과장 1989년 영국대사관 재무관 1994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장 1997년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 1998년 재정경제부 차관 1999년 산업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