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금리정책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정경제부는 17일 은행권이 이날 회의를 갖고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함께 한 것과 관련, 종전과 달리 뚜렷한 반대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재경부는 금리인상은 전적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으로 정부가 통화정책에 일정한 수준의 노티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의 이같은 입장은 금리인상은 경제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서 벗어난 것으로 향후 금통위의 결정이 주목된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시중의 과잉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금리인상이 경제전반에 걸쳐 폭넓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월과 8월의 산업활동동향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게 나왔고 미국 등 세계경제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자칫 경제활동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리인상은 전적으로 금통위가 알아서 할 문제이고 만일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 진작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유동성 조절에 나섰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금리인상폭 및 시기와 관련, 금통위가 5월 콜금리 목표치를 연 0.25%포인트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조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금리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상폭과 시기가 더욱 긴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경부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금리에 관한한 정부가 할 말은 없다"며 "과잉 유동성 문제나 카드 등 금융기관 연체 문제 등은 전적으로 금통위와 해당 금융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반기 국내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과열조짐을 보이자 하반기 금리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하반기들어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침체양상을 보이자 저금리정책기조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도 연초 올해 콜금리 인상 전망을 수정해 올해에는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