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더블딥(이중하강)이 아니라 디플레라고 경제전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진단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와 정책담당자들은 더블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나이는 경제성장이 내년까지 계속된다 하더라도 몇몇 국가에 디플레가 자리잡는 것을막을 만큼 성장세가 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미국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투자가 7분기 연속 감소하는 약세를보이고 있으며 낙관론자들은 무모할 정도로 소비하고 빚을 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희망을 걸고 있으나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가구조사로 집계하는 실업률은 지난 7월 5.9%에서 8월 5.7%로 떨어졌지만 이 보다 신뢰도가 높은 월급명세서를 기준으로한 통계로는 노동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4분기 연속 경제성장이 감소한 끝에 지난 2.4분기에 미국보다 높은 2.6%성장을 기록했으나 소매매출은 4.8%가 감소했고 디플레는 계속되고 있다. 평균임금도 5.6%가 감소했다. 유럽경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로화권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이 대부분이 순수출에서 온 것이고 내수는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형편이다. 3분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독일 경제는 기업심리지수가3개월 연속 하락,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전망이다. 유로화권의 수요는 통화강세와 주가하락으로 위축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유로화권 성장전망을 1%미만으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또는 독일에서의 이중하강 침체 가능성은 확실하지만 더욱 가능성이 높은것은 미국이 과도한 채무와 부족한 저축 등 경제적 불균형이 교정되는 동안 수년간추세성장률 미만의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지난 2년간의 미약한 성장은 그래도 플러스 성장이어서 그리 나쁘게 들리지 않을지 모르나 이는 인플레와 GDP갭(잠재GDP와 실제GDP와의 격차)의 관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물가가 경기확장 국면에서 항상 오르는 것이 아니며 경기가 위축될 때 항상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물가의 미래 진로는 대체로 GDP갭의 크기에 달려있다. GDP가잠재수준 미만일 경우는 경제가 성장을 하더라도 GDP가 잠재수준까지 다시 높아져마이너스상태의 GDP갭이 사라질 때까지는 물가가 계속 하락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3-3.5%) 미만에 머물러 있을 경우 GDP갭은 확대될 것이며 물가에 하락압력을 더욱 가중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난 90-91년 침체 이후 93년까지도 큰 폭의 마이너스 GDP갭을 지속했으며 물가는 5%에서 2.5%로 떨어졌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불과하다. 지난 90-91년과 유사한 물가하락은 미국을 디플레로 끌고 들어갈 것이다. 드레스너 클라인보르트 바서슈타인에 따르면 주식회사 미국은 이미 디플레와 함께 살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비금융업계의 물가디플레이터는 지난 2.4분기말까지 1년간 0.6%가 하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하락을 기록했다. 유로화권 전체의 디플레 위험은 인플레가 아직 2%를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훨씬약하다. 그러나 독일은 인플레가 1%에 불과하고 앞으로 1년간 이는 더 떨어질 것이며 성장둔화로 GDP갭은 다른 나라보다 더욱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내년말 이전에 세계 3대 경제 대국인 미국, 일본, 독일 모두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잡지는 경고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일시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고유가의 영향은 물가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고유가는 성장을 억제하는 세금과 같은 작용을 해서 중기적으로 디플레 위험을 높이게 된다. 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난 드앤 줄리우스는 지금부터 오는 2005년까지 사이에 주요 경제대국이 중대한 디플레에 빠질 위험이 3대1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경기침체는 과거와 같이 인플레가 급등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로 초래된 것이며 거품이 붕괴된 이후의 경제는 디플레에 빠지기 쉬운 경향이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디플레는 인플레보다 훨씬 더 해롭다. 물가하락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추가적인물가하락 기대로 소비를 연기하도록 하며 경제를 침체에서 끌어내기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할 경우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가장 위험한 조합은 디플레와 부채의 결합이다. 디플레는 부채의 실질부담을 상승시키고 주택가격 등 그 부채와 연계된 자산의 명목가치는 더욱 급락할 것이다. 이는 이미 일본에서 그리고 지금은 미국에서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며 독일도 위험하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