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계획 못지 않게 민간기업의 철저한 계획수립도 중요하다" 안톤 뵈르너 독일 도매.무역연합회 회장은 13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통독 이후 300여명의 직원을 둔 기업가로서 동독에 투자하는 과정에 겪었던 애로사항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뵈르너 회장은 "통일 당시 동독인들의 생산성은 서독인의 3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0% 수준으로 향상된 상태"라며 "이런 개선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 차원에서 의식전환이나 재교육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소회했다. 그는 "동독에 공장을 설립할 때부터 인프라 부족으로 외형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직원들의 의식을 개혁하는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우선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이해시키는 데만 5-6년의 시일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독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감시가 어디에나 존재해 직원간 협동심이 부족하고 불신경향이 팽배해 있었다"면서 "이런 부분들은 통일시점에서는 미처 예견하지 못한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뵈르너 회장은 서독의 문화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구세대와 신세대간 격차가 발생했으며 이는 동독의 장년층들이 대거 퇴출되는 불행한 일도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45세 이상의 동독인들은 고정관념이 뚜렷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지난 몇년간 이들이 직장을 가장 많이 잃었다"면서 "독일에서는 동독 시절지위가 높았고 신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을 패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년층의 경우 처음에는 새로운 교육이나 사고를 잘 수용하지 못했지만 현재 적응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은 독일 경제의 활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통일이후 의식전환 외에도 국영기업 민영화, 환경보호 등 기업 입장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통일 초기는 기업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기회인 것만은 틀림없다"며 "한국도 북한과의 통일에 대비, 기업이 처할 수 있는 많은 난제를 독일의 경험을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뵈르너 회장은 최근의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신자유주의 움직임과 관련,"유럽연합(EU) 내에서도 농업을 비롯, 무역장벽 해소를 놓고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유화가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다는데 공감을 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도매.무역연합회는 13만여개 업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독일내 이 분야의 최대단체로 전체 대외무역액의 59% 가량을 협회 산하회원업체들이 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