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상실의 위기"를 탈출하라.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이 자회사인 살로몬 스미스 바니의 왜곡된 투자보고서 작성과 엔론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 등으로 맞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티는 지난달 이사회안에 경영관행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어 살로몬 스미니 바니를 이끌었던 국제기업 및 투자은행 부문 회장인 마이클 카펜터를 끌어내리고,그 자리에 최고영업책임자겸 수석 법률자문역인 찰스 프린스 3세(52)를 선임하는 획기적 인사를 단행했다. 씨티에 먹구름이 몰려온 것은 에너지 재벌인 엔론이 부도를 내면서부터. 씨티의 대출이 엔론의 과다 채무를 숨기는데 이용됐다는 혐의를 받게 됐다. 두번째 문제는 통신회사 월드컴 경영진에 대한 비정상적 신규 상장 기업주식 배분. 살로먼 스미스 바니가 월드컴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영진에게 변칙적인 혜택을 베풀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간판 투자분석가였던 잭 그럽맨은 월드컴에 대한 왜곡된 투자분석 보고서를 작성,소액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세번째는 1999년 10월 AT&T 무선분야의 기업공개주선업무(IPO)를 따내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AT&T의 투자등급을 '사자'로 상향 조정했다는 의혹이다. 투자은행들의 변칙적인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칼을 빼든 뉴욕 연방검찰의 엘리어트 스피처 총장은 월드컴과 AT&T건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AT&T에 대한 투자등급 상향조정 과정에서 그룹을 총괄하는 샌포드 웨일 회장(69)이 관여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네번째 문제는 10월27일 대선을 앞두고 경제불안을 맞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대출이 1백10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중도좌익 성향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시장경제를 외면할 경우 씨티가 대출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씨티가 이같은 복잡한 문제들에 얽혀들자 주가는 올 들어 34% 급락했다. 이달 중순에는 의회에서 청문회가 예정돼 있고 뉴욕주 검찰의 조사도 웨일 회장을 포함해 대상을 갈수록 넓혀가고 있다. 스피처 총장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동시에 하게 되면서 각 서비스간의 이해상충으로 내부통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으로 금융재벌이 된 씨티의 본질적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웨일 회장도 구체적 혐의사항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지만 경영관행만은 고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씨티가 의회와 검찰의 각종 의혹조사와 함께 근본적 경영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 월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