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몇주 사이 제조업 수주가 약화되고 소매 판매도 기대에 못미치면서 경제 회복세가 둔화된 것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보고서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FRB가 12개 연방준비은행의 지역경제 동향을 종합해 발간하는 `베이지북' 최신판의 이같은 분석은 오는 24일 소집되는 FRB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일각에서 불러일으켰다. FRB는 지난해 11차례 금리를 내린 후 지난해 12월 이후 연방기금금리를 40년 사이 가장 낮은 1.75%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것은 사실이나 내구재 소비가 여전히 견고하며 인플레도 아직 높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FRB가 아직은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이들은 그러나 실업률이 더 높아지면 금리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베이지북은 제조업 수주가 분야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자동차와 철강 플랜트의 경우 증가한데 반해 하이테크 쪽은 여전히 약세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소매 판매도 8월중 전반적으로 활력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학철의 아동용품과 의류 판매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 가구 및 가전 쪽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인 것으로 지적됐다. 지역의 경우 특히 시카고 쪽 경기 후퇴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고용 사정도 "거의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8월의 실업률이 5.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는 미노동부 발표와 대조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9.11 테러 후유증과 관련해 관광산업 쪽에 아직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호텔 투숙률이 여전히 떨어지고 항공 및 비즈니스 여행이 계속 낮은 상태임을 지적했다. 베이지북 분석과 관련해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12일 미하원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어떤 발언을 할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 경기가 지난 7월 말 이후 둔화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데 견해를 같이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뉴욕 소재 수석연구원인 데이비드 위스는 "베이지북분석이 기대했던 것보다 나쁘게 나왔다"면서 그러나 "최근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고무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홀랜드 소속 조엘 나로프 연구원도 "경제가 괄목할만한 폭의 성장을 보이지는 못했으나 어쨌든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따라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경기 회복세 둔화를 우려하고는 있으나 이 때문에 금리를 당장에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소재 아거스 리서치의 리처드 야마로네 연구원은 "FRB가 경기 회복세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는 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한국계 손성원 수석연구원도 "FRB가 이미 (금리 인하와 관련해)할만큼 했다고 본다"면서 따라서 "투자자들이 바라는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올 3.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이 최고 1%포인트 상향조정돼 3.5%까지 높아졌음을 상기시켰다. 이는 지난 2.4분기의 1.1%성장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