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다소 둔화되겠지만 경제상황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해 있는 반면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6% 안팎의 성장은 무난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1일 국내 연구기관중 처음으로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6.1% 추정)와 비슷한 5.8%선을 유지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예측이다. 조창배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미국.이라크간 분쟁이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올 연말 대통령선거도 불안 요인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2년 연속 부진한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비교적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지속적인 경기회복과 수출 증가세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6.7% 추정)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아진 8.9%에 달할 것으로 점쳤다. 기업 투자가 늘면서 경상수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적자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다. 경상 적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또 2년째 6% 안팎의 성장세로 인해 물가 상승률은 3%대로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한경연은 추정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지 않은 금융연구원과 삼성 LG 등 민간연구소들도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 하락 예상폭에선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특히 미국과 이라크간 분쟁이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유가가 급등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춰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다소 낮은 5.6%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이 얼마나 빨리 회복세에 접어드느냐에 따라 국내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5%대의 성장을 예상하지만 향후 환율이나 유가변동에 따라 수치는 가변적이라고 진단했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세계 경제가 내년에도 3%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업분야는 상당한 침체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아 내년 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