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6조원대의 공적자금 사용처를 규명할 국회 국정조사가 겉돌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국조관련 자료제출 여부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민주당은 '정부 감싸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자료제출에 비협조적인 금융감독원장 감사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고발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국정조사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욕만 앞선 한나라당,비켜가는 민주당=한나라당은 11일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금융감독원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출석시켜 자료제출 거부이유를 따지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무산됐다. 앞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측의 비협조적 자세를 질타하는 발언이 봇물을 이뤘다. 서청원 대표는 "청와대에서 지시하지 않으면 이렇게 조직적으로 나올 수 없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김영일 사무총장도 "정권차원에서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특위를 성사시키는 데 급급한 나머지 관련기업과 감사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등한시해 국정조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자료제출 거부실태 심각=한나라당 특위 간사인 엄호성 의원은 국정조사 예비조사가 시작된 지난 3일 정부측에 A4용지 10장 분량의 자료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측 답변은 자료제출 마감시한(12일)을 하루 앞둔 이날 현재 감사원이 제출한 1건이 전부다. 그나마도 "요구자료가 특정돼 있지 않다" "내부검토자료여서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회피성답변 일색이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금융감독위원회는 특위위원들의 자료제출요구에 대한 거부의사를 공식문서 대신 '구두'로,예금보험공사는 사장결재 대신 본부장전결로 통보하는 등 교묘히 조사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