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 유가가 상승할 경우 아시아에서 한국이 1위 원유 순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태국과 필리핀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10일 전망했다. 이들은 지난 90년 걸프전 당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단기간에 하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번에 이라크 전쟁이 터질 경우 유사한 시나리오가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시티뱅크의 클리프 탠 연구원은 "이라크 전쟁이 터질 경우 여러가지 시나리오를가상할 수 있다"면서 "그 가운데 최악은 유가가 6-9개월간 배럴당 40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가는 연초보다 30% 이상 올라 배럴당 28-30달러 수준이다. 그는 유가 상승이 아시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한국, 필리핀 및 인도 등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충격이 흡수되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탠 연구원은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의 경제가 유가 상승으로 타격받는 정도가 수입 원유에 어느정도 의존하느냐 말고 인플레, 투자 및 증시 상황에도 영향받는다고 말했다. DBS 뱅크가 지난 99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하는 원유를 수입하는 점에서 유가 폭등시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점이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나라다. 그 뒤를 태국(GDP의 5%)과 필리핀(GDP의 4%)이 잇는다. 한국은 세계 4위 석유 수입국이며 수입분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신 시에연구원은 "수치만으로 보면 한국이 (유가 폭등에) 가장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우수하기 때문에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사시 "한국이 가장 먼저 극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시티뱅크의 탠 연구원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내수 성장이 견고하며 재정 융통성도 높다"면서 내수가 탄탄하며 수출과 투자도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올해도 GDP가 6-6.5% 성장할 전망임을 상기시켰다. 또 인플레 조짐이 없지 않으나아직은 완만하며 정부가 최근 부동산투기 근절책도 발표했음을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GDP 성장이 0.1%포인트 하락하는 반면 인플레는 0.15%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신 연구원도 펀더멘털의 중요성을 거듭 지적한다. 그는 "필리핀의 경우 펀더멘털이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나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의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재정 적자가 심각하며 정치 불안정도 가라앉지 않고있음을 지적했다. DBS 뱅크의 거시경제연구 책임자 퐁청홍도 같은 견해다. 그는 "세계 경제가 복잡다단하다"면서 따라서 "펀더멘털의 균형 정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퐁은 이런 점에서 볼 때 "필리핀은 결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의 재정 적자가 심각함을 상기시키면서 지난 7월로 이미 올해 적자상한선을 초과한 상태임을 지적했다. 퐁은 필리핀이 올해 4-4.5% 성장할 전망이기는하나 이것도 세계 경제가 향후 어떤 식으로 가느냐에 따라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신 연구원은 태국의 경우 역시 오일 쇼크가 불가피할 것이나 필리핀에 비해서는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은 수입선 다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폭등할 경우 아시아의 산유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혜택을 볼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가 상승이 결국은 광범위하게 인플레를 부추기는 효과를 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혜택도 단기성으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 UPI=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