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들이 석면(asbestos) 관련 피해보상 소송에 휘말리면서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미국과 유럽의 2백50개 기업들이 석면 관련 소송에서 기업입장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미국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석면을 많이 사용하는 건설·조선 관련 기업들뿐 아니라 GE 포드 로열더치셸 에릭슨 등 다양한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업들이 청원서를 제출한 이유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8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석면으로 인해 폐암 악성중피종 등에 걸렸다며 집단소송을 낸데 대해 미 대법원이 오는 23일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승소할 경우 1인당 최대 5천6백만달러를 보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해당 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사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석면 관련 소송으로 지난 한해 9개 기업이 파산했으며,올해도 이미 11개 기업들이 보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석면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 중인 피해자들은 미국에서만 20만명에 달한다. 보험업계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들이나 보험회사들이 물어야 하는 보상금 규모가 미국에서는 2천억∼2천7백50억달러,유럽은 3백20억∼8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석면으로 인한 질병은 최장 40년간의 잠복기를 가지며 피해가 서서히 진행돼 전체 피해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소송을 준비 중인 스티븐 카잔 변호사는 "수임료를 챙기려는 변호사들이 가세하면서 석면 피해보상 소송이 크게 늘었다"며 "향후 수십년 동안 해마다 6만∼10만여명의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