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섬유업계의 라이벌인 효성과 코오롱이 고합의 나일론필름공장 인수문제를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예비대상자로 밀린 효성이 코오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등 맹공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나일론필름을 쓰는 80여개 포장업체들이 코오롱의 고합공장 인수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 코오롱이 "특정업체가 사주했다"고 반격하는 등 두 회사의 공방은 점입가경이다. ◇가열되는 공방=국내 나일론 필름시장은 코오롱이 60%,효성 23%,고합 12%,수입업체 5%씩 나눠갖고 있다. 효성은 코오롱이 당진공장을 인수하면 점유율 72%로 독과점이 심해져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은 실패한 기업의 자산을 인수하거나 기업결합의 효율성이 독과점의 폐해보다 높을때는 공정위가 예외를 인정해왔다며 반박하고 있다. 효성은 그러나 "예외조항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적용될 뿐 인수를 희망하는 대안이 있을 때는 공정거래법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코오롱의 주장을 '말도 안되는 소리'로 일축했다. 코오롱도 "나일론필름은 언제든지 수입이 가능하고 누구든 증설할 수 있어 독과점 폐해는 없으며 국제경쟁력을 길러서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게 법의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맞서고 있다. 가격문제도 이견이 크다. 효성은 "코오롱이 3백10억원,효성이 2백90억원을 써냈지만 금액차이가 10% 미만인만큼 실사과정에서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은 "가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고 입찰을 무효화시킨다면 경쟁입찰제도의 존재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려되는 후유증=고합의 필름공장 인수문제는 화섬업계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는데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오롱이나 효성은 모두 공기를 불어넣어 필름을 생산하는 '튜브방식'을 쓰고 있어서 눌러 펴서 필름을 뽑아내는 '텐타방식'인 고합 공장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인수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누가 인수하기로 결정나더라도 후유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독과점 여부는 금강화섬 등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화섬업체의 매각추진과정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35년 라이벌=코오롱과 효성은 전통적인 라이벌이다. 코오롱이 63년 나일론 원사 생산에 나서자 동양나이론(효성의 전신)은 68년부터 이부문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타이어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섬유소재인 타이어코드의 경우 효성이 67년부터 생산에 나서자 코오롱이 71년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나일론필름의 경우에도 코오롱이 91년부터 독점적으로 생산해오다가 97년 효성이 참여하면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과 효성은 급기야 지난 96년에는 나일론 원료 생산공장인 한국카프로락탐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법정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두 그룹은 카펫 정수기 폴리에스터필름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정보통신 자동차수입 등 신규사업을 벌이면서 사사건건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