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상처는 잔혹했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복구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원상회복은 요원하다. 2백명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피해도 5조원이 넘는다. 피해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급한 끼니를 도와주는 수준에 그친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에는 피해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규모가 정해질 전망이다.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주말 "기존의 예산을 활용하되 부족분은 내주 추경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쓸 곳은 많아지고 재원은 없고….예산당국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주는 1백14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을 사실상 확정짓는 시점이어서 재해 복구와 예방을 위한 예산 배정액에 관심이 쏠린다. 기획예산처는 10일 시·도지사 예산협의회를 여는 등으로 내년 예산의 최종 숫자조정을 한다. 이틀 뒤면 '9·11테러' 1주년이다. 때마침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연일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제2의 걸프전을 일으킨다면 국제유가와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올 들어 슬금슬금 오른 국제유가는 이미 연초보다 35%나 비싼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과도하게 오른 도시주택 가격을 지적하는 '미국발 부동산 공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앞길이 밝지 않다. 이번 주에도 증권시장은 미국 눈치를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하루에 3%씩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롤러코스트를 탔던 월가 주가가 이번 주엔 여의도증권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증시에 꽤 이름이 알려진 투자분석가가 지난 주말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관심거리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도 그동안 투자분석가들이 '장난'을 한다는 혐의점을 일부 잡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신중하게 움직여왔다. 재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 조기 도입에 대한 대응책 마련으로 발걸음이 바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관으로 30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이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12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도 열린다. 전경련 회장단의 월례회의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만에 재개된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