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흐름이다. 하나는 채권과 채권관련 상품에 시중자금이 쏠리고 있는 현상이다. 이달 들어 이틀동안 단기채권형 상품과 채권혼합형 상품에 각각 6백3억원, 3백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고채와 회사채 수익률도 각각 0.1%포인트, 0.18%포인트 떨어졌다. 하락속도로만 본다면 올들어 가장 빠른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골프장, 콘도 등 각종 회원권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다. 골프장 회원권의 경우 한달 전에 비해 평균 1천만원 이상 뛰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한 이후 회원국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당분간 재테크 시장의 최대 현안은 지난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시중자금 흐름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증시에 유입돼 유동성 장세가 재현되느냐 여부가 최대관심사다. 만약 유동성 장세가 나타난다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이번 대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증시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유동성 장세가 올 것이라는 시각은 당분간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 외국인들이 점차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 전통적으로 유동성 장세에 민감한 건설, 증권주가 들먹거리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유동성 장세가 힘들 것이라는 시각은 저금리로 부동산과 같은 실물선호 경향(debt-deflation syndrome)이 여전히 강한 점 대내외 금융불안으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이 높아지면서 채권이 유망투자대상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우나 이미 증시의 최대재료가 경기문제로 넘어간 상태인 데다 국내증시가 여전히 미국증시 모습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경기가 언제 투자자들의 확신이 들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시각이 있으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올 4.4분기에는 미국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때까지는 시중자금이 확실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처럼 채권과 각종 회원권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이 투자대상으로 인기를 끌면서 회사채 발행시장도 점차 살아나고 있다. 이달 들어 4일까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백42억원에 달했다. 반면 회사채 상환액은 2백억원에 그쳐 지난달에 이어 순증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부동산 시장 안정차원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계속 언급됨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통해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지만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회사채 시장이 살아나는 요인이다. 한편 이달들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원화 환율은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원.엔 동조화 현상은 약화되고 있으나 시중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으로 외화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수출이 예상밖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화 환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