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전쟁과 동시에 유가가 급등하면 원유를 1백% 수입하는 우리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국가중 특히 한국이 유가상승에 취약하다"며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이 0.9% 줄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6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공격으로 유가오름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 무역흑자가 20억달러 정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상승폭이 핵심변수=역사적으로 중동전이 터지면 유가는 급등했다. 중동산 원유는 세계 거래량의 4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0년 이란·이라크 전쟁때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략한 1990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15달러선에서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미국의 이라크공격 임박설이 확산되면서 6일 국제유가가 1년만의 최고치인 30달러선으로 급등한 것도 이런 우려의 반영이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군사작전을 감행하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을 0.4% 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내수위축 수출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아시아경제가 상대적으로 유가상승에 따른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전땐 영향 미미할듯=미국의 이라크공격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해소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 호전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분석도 있다. 전쟁이 아랍권으로 확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나면 오히려 유가가 현수준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올들어 유가가 40%이상 급등한 것도 수급불안보다는 중동지역 긴장고조가 더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강하다. 하지만 이라크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상승-물가상승-수출감소'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이 경우 유가는 물론 원자재가격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은 이라크사태와 관련한 4분기 유가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 공격이 단기에 끝나고 공급물량이 늘어날 경우 배럴당 16∼18달러(두바이유 기준·5일현재 26.39달러)로 안정되고 △이라크 공격이 유보되고 소규모 증산이 이뤄질 때는 24∼26달러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중동전역으로 확산되면 31∼33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열·손희식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