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체 사장이 되려면 화공과를 나오라. 이공계 출신들이 아니고는 CEO 자리를 넘보기가 어려운 업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석유화학이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의 39개 회원사 가운데 화공과 출신 CEO는 16개사 20명에 이른다. 단일 학과로 이처럼 많은 CEO(대기업 기준)를 배출한 사례는 지금까지 거의 없다. 출신학교별로는 서울대 화공과가 절반인 10명에 이른다. 서울대 화공과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석유화학업계다. 석유화학산업이 국내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지난 60년대부터 서울대 화공과 인맥이 형성됐다. 그래서 업계 사장단 모임은 서울대 '소 동문회'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후배들은 선배들을 깍듯하게 대하는 것으로도 이름이 나있다. 서울대 화공과 출신 이외에는 연세대 화공과 5명,부산대 한양대 화공과 각 2명,인하대 화공과 1명 등이다. 화공과 출신 CEO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장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룹의 계열사를 두루 거친 다음 주력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다.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은 그 대표적 사례다. 성 회장은 지난 1989년 럭키석유화학 사장으로 시작해 럭키 사장,LG화학 사장 ·부회장을 거쳐 현재 LG석유화학 회장과 LGCI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석유화학업체의 단체인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으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성 회장뿐만이 아니다. 화공과 출신 CEO들은 매출이 작은 계열사에서부터 큰 계열사를 거쳐 사장 회장에까지 오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그동안 이공계 학과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왔다. 그러나 화공과만은 장수를 누려왔다. 지금도 석유화학업계엔 화공과 출신 예비 CEO들이 줄을 서있다. 화공과 출신들은 앞으로도 국내 화학산업의 리더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