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휩쓴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벼농사 등 올농사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둔 시기에 닥친 태풍으로 농민들의 정신적 상실감은 더욱 크게다가오고 있다. 3일 농림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논 3만967㏊, 밭 1만211㏊ 등 4만1천178㏊가 침수됐고 논 3만3천41㏊, 밭 1만1천617㏊ 등 4만4천658㏊의 농작물이 쓰러지는등 모두 8만5천㏊의 농경지가 태풍 피해를 입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날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손실액을 3천366억원으로 집계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통계치가 보고되지 않아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벼는 4일 이상 침수되면 수확량이 10%대로 줄어 사실상 수확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삭이 팬 중만생종 벼의 경우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로 침수된 논의 물은 빨리 빼주고 새 물을 넣어주어야 한다. 침수된 논보다 인력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쓰러진 벼들이다. 3만3천41㏊의 벼를 일으켜 세우는데는 막대한 인력 투입이 요구되고 있으며 제때 벼를 세우지 못하면 수확량은 또 급감하게 된다. 1만377㏊의 벼가 쓰러진 곡창지대 전남은 인근 군부대 장병과 공무원들이 동원돼 벼 세우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턱없는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8월 중순 집중호우의 고통이 채 아물지 않은 영남지역도 1만1천㏊의 논이 침수돼 안타가움을 더하고 있다. 추석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던 과수 농가의 태풍 피해는 더욱 절망적이다. 이번 태풍으로 과수원은 배 1만3천160㏊를 비롯해 사과와 포도 등 2만2천804㏊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낙과 피해는 올해에만 적용되지만 내년 착과에 영향을 줄 가지 부러짐 등의 피해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과수 농가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떨어진 과일은 각종 병원균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서둘러 땅에 묻어야하기때문에 과수농가에서도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강원도 지역의 집중호우는 고랭지 채소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800㏊에 달하는 강원지역 채소 단지가 침수가 아닌 유실이 돼 전혀 수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요 도로의 침수로 피해를 입지 않은 채소도 출하시기를 맞추지못해 채소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밖에 닭 17만4천마리, 돼지 2만1천마리, 소 400마리 등이 이번 태풍으로 폐사했으며 각종 농업 관련 시설 200여곳도 피해를 입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이 많은 비와 함께 강한 바람을 동반해 농작물의 쓰러짐과 낙과 피해가 컸다"며 "정확한 피해 집계와 함께 벼 세우기 등 복구작업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신영근기자 drop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