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경협추진위에서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공사와 개성공단 착공 등이 합의됨에 따라 남북경협이 '급진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이번 합의로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나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용수, 전력 등 산업 인프라가 부족하고 투자보장을 비롯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여서 섣불리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북한측이 이번 합의사항을 얼마나 성의를 갖고 이행하는지 추이를 보아가며 각자 마련하고 있는 대북투자 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경협 `인프라' 및 `안전판' 확대 = 기업들은 이번 합의에서 그동안의 남북경협을 가로막고 있었던 인프라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한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북한투자를 위해서는 원활한 물류, 기술지도 등을 위한 인적이동 편의확대, 전력 및 용수확보 등이 필요하며 지난 2000년 합의했던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 해결절차, 청산결제 등 남북경협 4개 합의서 발효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기업들은 이번 남북경협위의 합의사항들은 그동안 남북경협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었던 걸림돌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으며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경우 기업들의 본격적인 `북한행'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판문점 부근에 국제물류단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LG는 철도 및 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이 성공할 경우 물류 기반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성공단이 조성돼 한국기업들은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돼 중소기업이나 섬유업종 등의 경쟁력이 급신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기업들 `기대반 회의반' = 그동안 삼성 그룹은 비롯한 대기업들은 각자 전자공단 개발등 남북경협에 대한 커다란 `청사진'을 마련하고 실현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삼성은 전자단지개발, LG 국제물류단지 조성, SK는 북한 통신서비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 등 의욕적인 사업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경협은 변동이 심한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대형사업'은 여전히 입안단계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고 다만 교역과 임가공 등 `낮은 수준'의 경협만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번 남북경협위의 합의로 남북경협이 임가공을 넘어 대형투자로 이어지는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시장선점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통신업체들은 남북협력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북한지역에서 통신망 구축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기대감 속에서도 북미관계 경색 등 따라 남북협력 분위기에 또다시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협력수위가 계속 유지될 경우 핵심사안인 투자보장 등이 실현돼 기업들의 본격적인 북한투자에 물꼬가 트이겠지만 또다시 남북관계가 냉각되거나 돌출변수가 생겨나면 투자계획은 다시 서랍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전력난 등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기업들은 선뜻 북한투자를 결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번 합의의 실현추이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변화, 투자여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투자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합의내용이 일단 남북경협 확대에 적지않은 기대감을 던져주고는 있지만 현재 북한의 투자여건이나 과거의 경험 등으로 볼 때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 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