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조세수입이 8천3백억원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 부문에서 1천3백억원, 기업 부문에서 7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년동안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줄곧 펴왔던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이다. 정부는 1999년 근로소득공제 확대와 특소세 과세대상 축소, 2000년 연금소득공제 확대, 2001년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인하로 약 8조원의 세금을 감면해 줬다. 정부가 올해 '세수증대'로 조세정책의 방향을 튼 것은 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늘어나는 재정수요 정부는 지난 6월말 발표한 '공적자금 상환대책'에서 공적자금 손실분 69조원중 49조원(이하 지난 3월말 기준가치)을 재정에서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2조원씩 재정 지출요인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공적자금 손실액중 24조5천억원을 재정에서 분담하고 나머지 24조5천억원은 세수증대로 확보할 방침이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공적연금 부실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사회보장 기여금과 경직성 경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재경부는 내년 정부 인건비와 지방교부금만 따지더라도 5조∼6조원의 재정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부 수입은 감소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늘어난 재정지출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과 공기업 매각, 경기호황에 따른 세금수입 증가분으로 메꿨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수입 증가를 계속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내년 공기업 매각으로 들어오는 세외수입은 올해보다 5조4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상반기 한국통신 지분매각을 끝으로 더이상은 굵직한 공기업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정부 재정의 세금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지난 99년과 2000년에는 경기호황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났지만 향후 경기는 불투명하다. 경기 호황을 통한 세수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내년부터 세금의 일부를 떼내 공적자금을 갚아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정부는 조세감면 축소분 11조3천억원(지난 3월말 기준가치),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세율 인상분 14조1천억원을 마련해 향후 25년간 공적자금 상환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그 첫 단계로 올해 세법개정에서 조세감면을 줄이기로 했다. ◆ 세율 인상은 어려울 듯 정부는 내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올해 초긴축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적자국채 1조9천억원을 발행하지 않고 재정 균형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불가피한 조치다. 정부는 세율 인상 등을 통한 세수증대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2.5%(2001년 기준)로 높아진데다 다른 나라들이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해 조세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세율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