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대 조선소=세계 3대 조선소'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해외 조선통계기관인 클락슨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발표한 수주잔량 순위에서 대우조선(4백11만CGT)과 현대중공업(4백5만CGT) 삼성중공업(3백2만8천CGT) 등은 각각 1~3위를 휩쓸었다. 세계 수주시장에서의 경쟁은 곧 국내 3사간의 경쟁인 셈이다. 최근 3사간의 경쟁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다. LNG선은 척당 가격이 1억6천만~1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데다 마진율이 10%를 웃도는 고부가가치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발주된 LNG선 29척중 국내 조선3사는 모두 21척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이 10척으로 선두였고 현대중공업이 6척, 삼성중공업이 5척으로 뒤를 이었다. 올들어서는 대우조선이 5척을 수주해 한발 앞서 스타트를 끊었고 삼성중공업이 조만간 6척 정도를 수주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도 몇건의 수주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3사간의 LNG선 경쟁은 선형경쟁으로까지 확산됐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모스형' 건조를 고집했고 대우와 삼성은 '멤브레인형'으로 맞섰다. 두 선형의 운항 안전성과 운항속도 등의 우위를 따져 각사가 선택한 결과다. 모스형은 외형상 선박의 LNG 운송 및 저장설비가 둥근 공형태인데 비해 멤브레인형은 밋밋한 칸막이형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계적 추세가 모스형에서 멤브레인형으로 급선회하면서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의 희비가 갈렸다. 현대중공업이 올들어 멤브레인형을 건조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까닭이기도 하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신개념.고부가가치 LNG선 개발 열기도 뜨겁다. LNG선 건조기술을 이전해 달라며 무섭게 부상하는 중국의 잠재력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3사 상대방을 의식한 경쟁이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시사와 신개념 천연가스선인 압축천연가스(CNG) 운반선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CNG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백63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액화해 운반하는 기존 LNG선과 달리 상온(常溫)에서 기체상태로 2백90분의 1로 압축해 운반한다. 이에 따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천연가스 재액화 및 재기화 공정이 필요없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말까지 설계기술을 확보해 내년초께 미국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대우중공업은 기존 LNG선에 해양 원유채굴플랜트 방식을 도입한 LNG-RV선을 개발해 현재 건조하고 있다. LNG-RV선은 LNG 하역설비를 별도로 갖추지 않아도 되는게 특징이다. 선가는 같은 크기의 LNG선보다 2천만달러 이상 높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말 전기에너지로 추진하는 14만7천㎥급 초대형 LNG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 LNG선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선박(FPSO) 기능을 합친 'LNG-FPSO'의 건조 준비를 완료했다. 또 천연가스 저장능력이 기존 LNG선의 2~3배에 달하는 '대용량 LNG선'을 개발중이다. 천연가스는 청정에너지여서 앞으로 세계 LNG선 시장의 급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 조선 3사간의 저가 수주 경쟁이 아닌 선의의 기술경쟁은 앞으로도 해외 경쟁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