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업력이나 생산규모,경쟁력면에서 단연 국내 철강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모든 철강재의 원재료인 열연강판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보니 다른 업체들이 생산하는 2차 가공 철강제품의 가격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 때문에 국내 2위 철강업체인 INI스틸과 포스코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INI스틸은 철광석을 녹여 철을 뽑아내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등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달리 고철을 녹여 H빔 철근 압연롤 등의 철강 완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을 거느리고 포스코와 차별화된 철강제품과 전략으로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세계일류화 상품으로 선정한 H빔의 경우 국내 생산비중은 83%에 달한다. 특히 INI스틸은 지난해 3월 홍콩에서 고강도 내충격용 H빔에 대한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고강도 내충격용 H형강은 일반 H빔에 비해 가격이 무려 30~40%나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용접성이 뛰어나 시공시 원가도 줄일 수 있다. 고도의 제강기술과 압연기술 품질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할 수 없다. 고강도 H빔은 선진국에서도 극소수의 철강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H빔 제조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음을 나타내는 사례다. INI스틸이 지난 82년 연 50만t 규모로 H빔 생산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19년만에 국제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 반면 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시장에서 포스코에 과감한 도전장을 냈다. 지난 99년부터 전남 순천 냉연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000년말에는 포스코에 자동차 냉연강판용 원재료인 열연강판을 공급해 달라고 요구해 거부당하기도 했다. 대신 일본의 가와사키제철로부터 열연강판을 수입해 쓰고 있는 형편이다. 8월27일에는 양사간의 열연강판 분쟁을 가름하는 법원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현대하이스코는 차세대 자동차용 강판(TWB.맞춤재단형 강판)시장에서도 포스코와 한바탕 경쟁을 벌이고 있다. TWB는 두께 또는 강도가 서로 다른 강판을 적절한 크기와 형상으로 절단한 후 프레스작업 전에 레이저로 용접,원하는 형태의 자동차용 강판부품으로 가공하는 첨단기술이다. TWB를 사용해 자동차 도어를 만들 경우 무게는 10%,원가는 20%정도 줄어든다. 현대하이스코는 포스코보다 앞서 순천공장에 TWB생산라인을 설치해 올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대부분 현대.기아차로 납품할 예정이나 중국의 자동차.항공기 제조업체인 "하얼빈합비기차제조유한공사"에 1만6천장을 납품한 실적도 있다. 올해는 관련설비 2기를 가동해 총 70만장을 생산하고 오는 2005년께는 연간 생산량을 1천2백73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TWB공장을 착공해 철강 맏형으로서의 자존심을 걸었다. 연간 1백70만장의 TWB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올해말 준공될 예정이다. 또 해외 수출을 위해 오스트리아의 뵈스탈파인사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독자적인 사업과 제품을 집중 육성하거나 동종 사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나선 3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