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책.금융 당국이 요즘 외신보도 때문에 바빠졌다. UBS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에 대한 금감원 제재에 이어 서울은행 인수전에서 미국계 투자은행인 론스타가 탈락하면서 주요 외신보도가 급격히 '삐딱'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 경제 부처가 추진하는 일에 썩 우호적이지 않았던 경제관련 해외 언론매체들이 일부 '트집'을 잡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실무자들의 속앓이는 더 심해지고 있다. 엉뚱하게도 "이렇게까지 보도하는 서방의 언론을 보라. 그런데 우리 언론은 국가이익을 과연 얼마나 지키고 있나"라며 '언론의 국익(國益)옹호론'을 설파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국내 언론에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관련 경제뉴스를 주로 다루는 해외 주요 언론의 보도태도,논점에는 다소 문제도 있어 보인다. 특히 공정성.투명성을 업무 추진의 최고 덕목으로 내세우는 공무원들 눈에는 그럴만도 하다. 서울은행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은행이 정해지자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론스타가 탈락한데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일부에서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이렇게 되자 지난 23일에는 금감위.금감원 공보관실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등이 서로 연락을 하면서 해당 언론매체에 해명서를 내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세 기관은 협의끝에 재경부 금융정책국이 나서 서울은행 매각 결정에 대한 투명성을 적극 설명키로 했다. 서울은행 매각건만이 아니다. 앞서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 증권회사인 UBS워버그와 메릴린치에 대해 금감위가 불공정거래를 적발, 임직원들을 문책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에는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장문의 기사로 금감원 조치를 비판했다. '투명성 강조로 한국에서 리서치 업무는 사라질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금감원의 규정 자체를 문제 삼은 것. 금감원은 즉각 이를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저널지로부터 "조만간 해명기사를 실어주겠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공무원은 "그렇지 않아도 정권말기에 들어서면서 국내 매체에서 우호적이지 않은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외신들까지 교묘하게 왜곡된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 골치아프다"며 "최대한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책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신보도 때문에 새 골칫거리가 생겼지만 적어도 이에 관한 한 관계부처간 이견이 없다"며 '원활한 팀워크'를 강조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