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 투자가들이 경제.정치적 이유로 미국에서 빼낸 자금의 대부분을 서유럽국들이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전문가들이 23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유럽국들이 아랍세계에 비교적 우호적이고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에도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선적인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 대학 경제학 교수 무니르 하마르네흐는 사우디 투자가들이 최근 몇달새 미국내 투자금 1천억∼2천억 달러를 철수시켰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와 관련 "이 자금의 대부분을 독일 등 유럽국들이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내 사우디 투자금액은 4천억∼6천억달러에 이르고 아랍권 밖에 투자돼 있는 최소 8천500억달러의 아랍계 자금 가운데 대부분이 미국에 몰려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아랍계 자금의 미국 철수 배경 등을 놓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작년 `9.11테러' 이후 아랍계 자금이 미국밖으로 빠져나갔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하나 그 배경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르다. 미국의 경제침체를 주된 요인으로 꼽는 시각과 미국언론 및 우익정파의 반(反)사우디 정서에 기인한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요르단 대학 하마르네흐 교수는 "미 경제악화 및 증시침체가 투자가들을 더 안전한 피난처로 옮겨가도록 부추긴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우디 투자가들은 실제로 미국내 자산 몰수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이 미국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경제컨설턴트회사를 운영하는 애널리스트 파드 파네크도 이같은 견해에 동조 "미국에서의 전례에 비춰 자기돈이 몰수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사우디 투자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파네크는 미국에서 철수된 "아랍계 자금의 대부분이 유럽과 일본, 극동지역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암만 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