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한중 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임금을 앞세워 섬유 신발 등 경공업 분야에서만 한국을 앞지르는 정도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선진기술 흡수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기초기술과 조선 기계 정밀화학 등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뺀 가전 컴퓨터 등 전자산업과 기계류의 경쟁력은 한국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조선산업도 오는 2005년께 중국이 수출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은 "정보기술(IT) 등 첨단 신기술을 개별 산업에 접목, 산업구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선진화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 중국 추격 빨라진다 =이미 한국과 비슷한 경쟁력 수준에 올라선 전자 섬유 신발 기계 등은 세계시장을 놓고 한중 양국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신발의 경우 점차 대중(對中) 수출과 투자마저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섬유 수출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세계시장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급속한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는 조선과 석유화학의 경우 2005년 이후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기계 분야에선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측의 서부대개발과 한국측의 산업 고도화에 따라 양국간의 교역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이 중국보다 10년 가량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축적과 생산증가로 2005년엔 서서히 경합관계가 형성되고 대중 수출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자는 경쟁력이 앞선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등 첨단 디지털 가전제품의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이다. 자동차는 세계적인 메이저 업체의 시장선점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조립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의 급속한 수요 확대에 대비해 서비스망을 확보하는게 관건이다. 조선은 첨단 고급선박 위주로 R&D 투자를 늘려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철강은 통상분쟁에 대비한 기술과 인력교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R&D와 현지 진출전략 개발을 통해 연평균 30% 가량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안정적인 뿌리를 내리는게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은 중국이 2010년까지 대규모 증설을 추진중인 만큼 공동 기술개발과 제휴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섬유와 신발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는게 바람직하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