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함으로써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이날 시장에서는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 장중 한때 배럴당 30.32달러로 거래되다 전날보다 27센트(0.9%) 상승한 30.11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선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30달러선 돌파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량이 당초 예상과 달리 664만배럴(2.3%) 증가한 3억230만배럴에 달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고유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중동의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로 인해 지난 1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 주에 미해군이 본토와 유럽의 군사장비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배치하기 위해 민간상선을 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돼 한 주 사이에 10% 이상 오르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파헨스톡'의 석유전문가 파델 가이트는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이 완전 해소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나서지않는한 유가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사태로 유가에 반영된 "전쟁 프리미엄"이 배럴당 5∼10달러에 달할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다시 공격하는 제2차 걸프전에 대한 우려는 미국의 원유재고량하락과 맞물려 유가상승을 부채질 하고있는 상황이다. 이날 미국석유협회(API)가 발표한 주간 원유재고량은 전주에 비해 2.3% 증가하기는 했지만 작년 초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주간 원유재고량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다 OPEC가 내달 생산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에서 현재의 생산량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도 원유공급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고있다. OPEC는 국제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에 대처해 유가를 지탱하기 위해 작년 초 이후 생산쿼터를 19% 줄였다. 이와관련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흐마드 파드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석유장관 대행은 지난 19일 OPEC가 9월 회의에서 생산쿼터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밝혀 유가 급등을 촉발했으며 20일에도 이를 재확인했다. 그는 OPEC가 생산쿼터를 확대하지 않는대신 OPEC가 선호하고 있는 배럴당 22∼28달러의 가격대에 유가를 붙잡아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PEC 기준유가는 지난 17일 현재 배럴당 26.82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AP.블룸버그=연합뉴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