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 민관 공동위원회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무역위원회가 위원장 유고(有故) 상태를 맞은채 표류하고 있다. 대한생명 등 부실기업 매각과 외국산 덤핑공세 차단 등 중요한 국가경제 현안을 처리해야 할 두 위원회는 아직도 신임 위원장 선임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 무역위원회(KTC) 위원장 자리가 20여일째 비어있는 채로 방치돼 있다. 전성철 KTC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사표가 반려도, 수리도 안된 어정쩡한 상태로 보류돼 있는 것. 전 위원장은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연장을 위한 산업피해 조사 개시 안건이 부결되자 곧장 사표를 냈었다. 그러나 정부는 전 위원장의 사표 제출이 '마늘 파문'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을 우려한 탓인지 처리를 미룬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전 위원장의 사퇴는 정부 부처들이 세이프가드 연장을 저지하기 위해 무역위원들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중 마늘협상 파문'이 확대되자 지난달 25일 마늘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전 위원장은 그 다음날 산업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마늘문제는 세이프가드 이외의 다른 방법(경쟁력 강화)을 통해 해결하기로 경제장관들이 합의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전 위원장은 공문 내용 검토 등을 안건으로 공식 회의 전날인 28일 비공식 회의를 소집했다. 무역위원 8명 가운데 7명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마늘농가 구조조정 방안 등 대책을 검토하기 위해 피해조사 개시 여부 결정을 2∼3주 가량 연기하자"는 전 위원장의 제안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튿날 오후 4시부터 3시간이 넘게 걸린 마라톤 회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이 "정부 대책이 나온 마당에 세이프가드 논의는 무의미해졌다"며 '생각'을 바꾼 것. 충격을 받은 전 위원장은 "리더십 부족을 절감한다"며 즉각 사표를 제출했고, 여태껏 처리가 보류된 채 20여일이 흘렀다. 심경 정리 등을 위해 최근 미국으로 출국, 주말께 귀국 예정인 전 위원장은 "준사법기관인 KTC의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지속되는 한 대외 통상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KTC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빠르면 이달 안에 전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위원장을 위촉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적지 않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