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사들에 요구한 회계수정보고 시한이 갓 지난 상황에서 월가의 관심은 이것이 향후 투자신뢰 회복에 얼만큼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에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947개 상장사 가운데 약 700개사가 지난 14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15일 오전 6시 30분)까지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확인 서명한회계내용을 SEC에 제출토록 했음을 상기시키면서 15일 오후(한국시간 16일 새벽) 현재 600개사 이상이 SEC 웹사이트에 그 내용을 올린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시한에 적용받지 않은 나머지 250여개사는 각사의 사업연도가 끝나는 연내에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회계부정 스캔들을 일으킨 월드컴과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AOL 타임워너와 브리스톨-마이어 등이 이번에 회계를 수정해 보고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SEC의 조치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일단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에 노출되고 있는 `허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회계부정 스캔들과 관련한 소송에서 군소 주주를 대변하고 있는 윌리엄리러치 변호사는 "상장사들이 회계 내용를 재점검해 보고하면서 첨부하는 CEO 혹은 CFO 성명에 `본인이 최선을 다해 인지하는 내용에 따르면'이란 부분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자칫 잘못하면 신뢰를 오도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후에 문제가 되면 `그땐 몰랐다'고 발뺌할 수 있다는 것이다. SEC가 이번에도 회계 내용을 허위로 신고하는 상장사의 CEO나 CFO를 형사 처벌할 수 있음을 분명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한을 넘기는 경우 어떻게 응징할 것인지를 명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상장사가 SEC에 보고하는 시점과 그 내용이 SEC 웹사이트에 공개되는 시차 때문에 마감일로부터 5일간의 유예 기간이 자동적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아직까지 보고하지 않은 회사들도 아직은 여유가 있는 셈이다. 상장사들 가운데 과거 보고한 회계 내용이 잘못됐다고 수정한 사례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 케이스는 미국 2위의 소비자 파이낸싱 회사인 하우스홀드 인터내셔널로 과거 9년간의 매출이 3억8천600만달러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런 수정 보고에도 불구하고 하우스홀드 주가는 15일 증시에서 주당 29센트 상승한 38.09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SEC의 조치로 인해 상장사 경영이 좀 더 투명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탱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