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 IT(정보기술) 벤처기업의 현주소는 그리 좋지 않다. 안철수 연구소,한글과컴퓨터등 국내에선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부문만은 예외다.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중국시장에서 "한류(韓流)"(한국바람)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게임개발사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대표 박관호)는 중국 게임서비스업체 사이에 한국 온라인게임 모시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 회사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는 이달초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50만명을 돌파했다. 같은 시간대에 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중국전역에서 50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정통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의 동시접속자 규모가 50만명을 돌파하기는 세계적으로 처음있는 일이다. 국내 최고의 온라인게임인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동시접속자가 12만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중국 파트너인 샨다사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만도 매달 10억원에 달한다. 당초 올 연말까지 약 60억원의 해외 로열티 수입을 예상했으나 지난 상반기 이미 50억원을 돌파해 목표를 1백50억원으로 높여잡았다.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후 국산 온라인게임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수많은 중국 게임서비스업체들이 한국을 방문,파트너를 물색하고 있으며 "리니지"를 비롯 "포트리스2블루" "라그나로크"등 인기게임 대부분이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동시접속자수가 1만5천명에 그친 "미르의 전설2"가 어떻게 중국에서는 최고의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무협풍으로 게임을 만든데다 철저한 "눈높이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위메이드는 상하이에 근거지를 둔 현지업체인 샨다와 공동으로 온라인게임의 패키지판매를 온.오프라인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온라인게임을 컴퓨터상에서 다운받는 국내와 달리 전송속도가 떨어지는 중국에서는 온라인게임도 PC게임처럼 CD를 구입,컴퓨터에 설치해서 사용한다. 이에 착안해 35위안(1위안=1백42원)짜리 게임CD 패키지를 구입하는 이용자에게 약 10시간의 무료이용권을 나눠져 사용자층을 단기간에 확대했다. 여기에 대부분 온라인게임이 주인공의 캐릭터나 무기 등을 영어식으로 명명한데 반해 "장" "풍"등 무협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단어를 사용해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유료화 당시 5만명에 불과하던 동시접속자가 불과 9개월만에 10배에 늘었다. 이 회사의 박관호 사장은 "한국게임을 통해 돈을 벌수 있다는 인식을 중국인들에게 심어준 것이 중국진출의 가장 큰 성과"라며 "내년초 "미르의 전설3"의 중국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