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관계와 학계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세계 제조업 동향과 중국의 발전 전망'이었다. 세미나의 키워드는 '세계 공장'. 참석자들은 중국이 21세기 초 세계공장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의 대체적인 결론은 '아직은 아니지만 10~20년 후에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중국 공업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5%에 불과하지만 20년 후면 20~3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미국 일본 등이 그랬듯이 21세기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무대에 뛰어들면서 '제2의 개혁개방 시기'를 맞고 있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경제 청사진이 바로 '세계 공장'이다. 최근 중국 경제 움직임을 보면 그 꿈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임을 실감케 한다. WTO 가입과 함께 해외 직접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이 끌어들인 해외 직접투자 유치 규모는 2백45억8천만달러(실제 투자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증가했다. WTO 가입이 가시화됐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 투자러시가 이어진 것. 주요 선진기업이 생산 기반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요즘 산업기술 도입 및 개발을 산업정책 제1순위로 두고 있다. 세계 공장에 기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중국이 최근 마련한 핵심기술 분야 중점 육성책도 이같은 의지를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총 25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등 12개 핵심 기술분야를 중점 육성키로 했다. 초고집적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전기 자동차 생명공학 신약개발 및 중의약 현대화,자기부상열차, 전자금융 및 전자정부, 주요 기술 표준 등이 육성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오는 2005년까지 전체 공업제품에서 차지하는 첨단산업 제품의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외자유치 정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해당 외국 기업의 기술 유무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기술 이전 없는 해외투자는 '노 생큐'다. 올 상반기 중국의 외자유치액중 금융 물류 유통 등 서비스 분야가 약 25.2%를, 컴퓨터 정보통신 디지털가전 등 IT(정보기술) 분야가 22.2%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인텔 모토로라 IBM 등 주요 다국적 기업의 중국 전략도 바뀌고 있다. 중국에서의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생산과 기술을 결합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에 잇따라 건립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이를 보여준다. 중국을 글로벌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간주, 아시아 지역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오는 2040년 1인당 국내총생산 4천달러를 달성, 중등발전국가 수준으로 성장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었다. 중국 공장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돌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