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신"은 한마디로 인간의 다양함을 인정하는 개방성에서 찾을수 있다. 인구의 15%가 유색인종인 유럽의 대표적 다민족국가란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네덜란드의 이같은 성향은 지리적,역사적 산물이다. 네덜란드는 독일 및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다를 통해 영국은 물론 전세계 국가들과 교역을 해온 유럽의 대표적 관문이다. 16~17세기 신교도에 대한 탄압이 유럽을 휩쓸 때 칼뱅을 지도자로한 신교도혁명의 온상지 역할도 했다. 이후 네덜란드인들은 밤이 되면 커튼을 열어 젖히는 전통을 갖게 됐다. 신 앞에 투명해야 한다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가 어떤 편견도 두지 않는 개방적 사고를 심어준 것이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개인은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성한 자유를 누린다. 예를들면 네덜란드에서는 가벼운 수준의 마약을 약국이나 담배 가게에서 살 수 있다. "암거래를 통한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마약을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게 낫다는 것"이 네덜란드 정부의 판단이다. 안락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허용한 나라도 네덜란드다. "소생할 수 없다고 본인과 가족,의사가 결론을 내린 사람조차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반(反)인간적"이란 이유에서다. 네덜란드는 동성연애자들의 결혼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네덜란드로 망명하는 동성연애자들이 줄을 잇고있다. 네덜란드는 매춘도 인정하고 있다. 이미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된지 오래다. 헤인 데 브리스 주한네덜란드 대사는 "네덜란드에서는 개인의 창의성과 자기성취,평등함과 개방성이 최우선시 되고있다.단지 국가는 전체질서에 결정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들에게 간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니었으면 이천수와 김남일 선수가 머리염색을 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네덜란드인들의 개방성은 외국어 구사능력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의 한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중 73%는 적어도 2개국어를 할 줄 안다. 이는 벨기에(48%) 독일(34%) 프랑스(3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실제로 대부분의 네덜란드인들은 영어와 독어를 불편 없이 구사한다. 무역을 발판으로 돈을 벌어온 이들에게 외국어 실력은 보이지 않는 국력이자 세계로 뻗어나가는 열쇠로 작용했던 결과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영어,중고교 인문계열에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필수로 가르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 중 하나를 선택케 한다. TV는 외국 영화나 드라마,심지어 만화영화까지도 더빙을 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들려 준다. 히딩크 감독이 5~6개 언어를 구사했던 것도 이런 환경 덕분이다. 영국 이코노스미스트지가 우수한 인력,개방성과 융통성 등이 탁월한 네덜란드를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은 것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김만석 네덜란드 대사관 상무관은 "네덜란드가 유럽의 강대국 틈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개방정신에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