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신용평가회사인 R&I가 잇단 미국 기업회계부정 사건을 계기로 미국 신용평가 시장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미국 신용평가 시장은 현재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가 독점하고 있으며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WSJ는 미 시장 진입을 위해 10여년 동안 로비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진 R&I가 엔론사와 월드컴 등 미 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 파문으로 기존 신용평가회사에대한 신뢰가 하락한 것을 호기로 삼아 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기업의 70%에 대해 장기부채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R&I는 미국 투자가들 사이에서 3대 신용평가회사에 비해 신용등급 부과에 너무 관대하다는 평가를받고 있어 SEC 승인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S&P의 신용평가 고위관계자인 마이클 페티트는 "R&I는 평균적으로 S&P보다 3단계나 높은 신용등급을 기업에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R&I측은 일본 은행은 전통적으로 재정이 어려운 일본 기업을 원조해왔기 때문에 다른 국제 신용평가회사에 비해 일본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높게 책정해왔다고 반박했다. 일본중앙은행 출신인 R&I의 하라다 야스히로는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없어지고일본 기업의 파산 사례가 늘어나면서 R&I는 기업체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이어 R&I를 비롯해 필라델피아 소재 이건-존스 신용평가회사, 토론토 소재 도미니언채권 신용평가회사 등도 투자가들에게 회계부정기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신용평가업체의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신용평가회사들이 미 시장 진입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은 신용평가시장이 신용평가사에 상당한 이윤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3대 신용평가회사는 현재 신용평가 비용으로 3만-4만 달러를 받는 것은 물론 각기업에 내려진 신용평가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연간 1만5천-5만달러를챙기고 있다. 이와 관련, SEC 대변인은 R&I 등의 시장진입 승인 신청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EC는 다만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가 지난 1975년 영업을 시작한 이래 4개 신용평가회사가 추가로 시장진입 승인을 받았으나 결국 주요 신용평가회사에 모두 흡수되거나 합병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