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 진상규명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 최대의 증권업체 메릴 린치는 엔론의 재무상태 은폐를 도왔다는 의혹을부인했다. 또 회계부정 혐의를 받고 있는 3개 통신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에서는 종업원들이 일자리와 저축한 돈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주식으로 거액을 챙긴 경영인들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상원 특별조사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수많은 윤리적 의문에도 불구하고 메릴린치가 엔론의 재정 문제 은폐를 도움으로써 법적인 위반은 아닐지라도 투자자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에서 제시된 제임스 브라운 메릴 린치 재무담당 임원의 메모는 "엔론의 수익 조작을 지원/충동할" 경우 메릴린치의 "명성에 위험"이 초래될 지 여부에 대해 묻고 있다. 메모는 1999년 12월12일자 팩스 커버에 손으로 갈겨 쓴 것으로, 이 날짜는 메릴린치가 위장 매입 의혹을 사고 있는 엔론의 바지선을 구입하기 수일전이다. 켈리 마틴 메릴 린치 국제민간고객사업부문 부사장은 메릴 린치 임원들이 6개월내에 되사겠다는 엔론의 부탁을 받고 나이지리아의 에너지생산 바지 서비스 사업 매입을 논의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엔론이 이 거래를 재무제표상 수익을 늘려줄 매출로 기재하겠지만 사실은 매출이 아니라 대출이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메릴 린치는 그러나 서면 진술을 통해 엔론과의 거래는 "우리가 당시 알고 있었던 것에 기초한 적절하고 적당한"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또 98년 엔론으로부터 투자은행 사업 부문에서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를 원하던 메릴 린치가 엔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해 엔론 경영진의 격분을 자아낸 한 기업 분석가를 해고한 데 대해서도 추궁했다. 한편 월드컴과 글로벌 크로싱,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 인터내셔널 등 3개 통신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들 기업 경영진들이 회사가 도산하기 전 막대한 금액의 스톡옵션을 현금화했다고 비판했다.스톡 옵션은 경영 실적과 연계되도록 돼 있다. 월드컴은 지난 7월21일 사상 최대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냈으며 글로벌 크로싱도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퀘스트는 지난 28일 회계상의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이들 3개 업체는 모두 연방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