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한 미국 대기업들의 최고경영진과 이사진들이 회사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급여와 자사주 매도로 거액을 챙긴 것으로조사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FT가 지난 18개월간 파산한 25개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진 및 이사진 208명을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지난 99년부터 지난해말까지 3년간 급여와 주식매도로벌어들인 수입은 모두 33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액수별로는 1억달러 이상을 챙긴 간부만도 모두 8명이나 됐으며 5천만달러 이상이 16명, 2천500만달러 이상과 1천만달러 이상도 각각 31명과 52명에 달한 것으로조사됐다. 이들 가운데는 미국역사상 최고 파산액수를 기록한 월드컴을 비롯해 엔론과 글로벌 크로싱 등 최근 미국경제와 증시는 물론 전세계 경제전반에도 엄청난 파장을불러 일으킨 대기업 간부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둔 인물은 글로벌 크로싱의 게리 위닉회장으로 3년간 수입이 모두 5억1천200만달러에 달했으며 엔론의 케네스 레이 전회장도 2억4천7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FT는 이들 간부들이 수입을 거두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나 이같은 거액이 단기간에 회사에서 빠져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현 이사진들에게 환수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고 논평했다. 또 간부들의 축재는 최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상원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지난 90년대말에는 증시활황에 따른 `탐욕'이 전염병처럼 재계를 뒤흔들었다"라고 밝힌 것을 실례로 증명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