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9일 과천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중국산 마늘 수입으로 인한 국내 농가의 피해조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2000년 7월 중국과 마늘협상 때 중국산 수입마늘에 대해 2003년 이후엔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연장하지 않기로 이면합의해 불거졌던 '마늘 파문'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부가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실책을 1조8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봉합하는 꼴이어서 정부의 협상력과 사후처리 방식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무역위는 이날 오후 4시부터 4시간에 걸쳐 농협중앙회의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연장 요청을 논의한 끝에 피해조사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성철 무역위원장은 "피해조사에 나서려면 피해나 피해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절차가 충분한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마늘산업 종합대책이 충분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역위원들이 연간 5천3백억원의 마늘시장에 5년간 1조8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나름대로 실효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행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16조1항3호)은 '피해나 피해우려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는 등 조사 개시가 필요없게 된 경우에는 피해조사 개시신청을 기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피하려는 정부 등의 외풍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 위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을 뿐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역위에서는 국내 피해에도 불구하고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무역검찰'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린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마늘 파문에 대한 대책으로 2007년까지 5년간 △마늘 가격안정 사업에 1조2천5백25억원 △재배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3천억원 △종자개량과 기계화에 2천5백억원 등 총 1조8천25억원을 마늘산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마늘 농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무역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호중 전국농민총연맹의 정책부장은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은 마늘농가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대책"이라며 "최저가 수매제도의 경우 마늘 생산원가의 절반도 보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늘 재배업자들은 다음달 2일 경북 의성에서 2만여명이 모여 마늘 재협상과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