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정보기술)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인텔 등 `빅3'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던 IT시장에 삼성전자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지난 2.4분기 순익기준으로 전체 IT업계 수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 상반기 IT제조기업(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제외) 매출기준으로도 세계 10위권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국.일본기업들과 확실한 '디커플링(Decoupling.차별화)'을 보이고 있다. ◆ 매출도 '톱10' 든다 =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IT제조기업 가운데 매출순위로 10위권 진입을 낙관하고 있다. 내실(순익)뿐만 아니라 외형(매출)면에서도 명실상부한 '톱 티어(Top Tier.일류)'에 들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가 최근 지난 2000년 실적을 분석한 바로는 세계 IT제조기업중 삼성전자의 매출순위는 세계 11위로 나타났다. IBM(884억 달러), 히타치(761억), 지멘스(749 억), 마쓰시타(695억), 소니(662억), 도시바(538억), 후지쓰(496억), NEC(489억), 휴렛패커드(488억), 컴팩(424억) 등이 삼성전자(385억)를 앞섰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미국과 일본업계의 세(勢)가 위축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최종집계는 끝나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 매출면에서 10위권에 들어설 것으로 삼성전자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은 19조8천700억원(158억 달러)으로 작년 16조6천억원, 재작년 16조4천억원보다 20% 가량 성장한 반면, 미국과 일본업체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크게 감소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부동의 IT제조업 1위인 IBM의 올 상반기 매출이 376억 달러로 작년(414억 달러)보다 8.4%감소했고 일본 업체들의 경우 사업축소가 잇따르면서 매출규모가 대부분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 = 삼성전자가 순익에 이어 이처럼 매출규모까지 급성장함에 따라 IT업계내의 위상도 수직상승하는 분위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틀어 IT업계의 빅3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인텔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의 "세계IT 5대기업에 삼성전자를 표기할 날이 가까워졌다(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것. 삼성전자의 이같은 급부상은 무엇보다도 `일등제품'이 고루 포진한 사업포트폴리오로 발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뼈를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구조를 메모리, LCD, 휴대폰, 디지털TV, DVD 플레이어, 고급가전 중심으로 재편하는 `선택과 집중'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일본기업들이 자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실적악화를 겪고있는데 따른 `반사효과'라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이 삼성전자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시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80년대 전자왕국의 신화를 일궜던 마쓰시타와 소니는 뚜렷한 변신을 보이지 못한 채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고 미국의 일부 전자기업들 역시 자체 경쟁력 약화로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두각은 세계 1위제품 보유측면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소니가 TV.캠코더.게임기, 반도체 칩의 상징인 인텔이 CPU,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계, IBM이 컴퓨터 솔루션 정도가 1위 제품인 반면 반면 삼성전자는 D램과 S램, TFT-LCD, CDMA 휴대폰, 모니터, VCR, 전자레인지, LDI, 플래시메모리 등 9개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각국 시장에서 3개 이상의 제품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컬러모니터, 전자레인지, TFT- LCD, 프로젝션TV, DVD 플레이어, 양문형냉장고, 광자기장치 등 7개 제품에서 현지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IT업계 빅3의 수성이 견고한 것은 모두 고부가 제품으로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기술과 금융을 포함한 경제전반이 빠르게 변화해나가고 있는 만큼 전세계 IT업계가 위기의식속에서 전례없는 변신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