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가 월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파산한 엔론의 분식회계를 도와주었다는 혐의가 제기된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2일 이같은 혐의를 보도한 이후 두 회사 주가는 이틀간 모두 25% 이상 폭락했다. 씨티그룹은 27달러로 3년만의 최저치,JP모건은 20.08달러로 6년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씨티그룹 거래량이 23일 하루 평소의 8배인 1억2천만주에 이르는 등 분노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져 버렸다. 미 상원 행정위원회 특별소위가 엔론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의혹의 골자는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가 채권과 해외거래 등 복잡한 금융기법을 동원,엔론의 부채중 일부를 현금흐름(캐시플로)으로 인정하는 등 고의적으로 부채를 감춰줬다는 것. 로버트 로치 수석조사관은 "은행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그런 일을 해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사관들은 이같은 은밀한 거래를 통해 지난 2000년 엔론의 부채가 실제보다 40%(40억달러) 가량 축소된 반면 현금흐름은 17억달러(50%) 정도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은 엔론이 망하기 전 6년간 각각 48억달러와 37달러를 대출해줬다. 두 회사는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씨티와 JP모건 관계자들은 이날 상원청문회에 나와 "엔론과의 거래는 객관적으로 인정된 회계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별도의 비밀거래는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월가 관계자들은 "상원의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두 회사는 물론 주식시장에 어떤 충격을 가져다 줄지 예측하기조차 두려울 정도"라고 우려했다. 엔론과 월드컴이 파산한 상황에서 씨티그룹의 분식회계 방조 의혹은 뉴욕증시는 물론 전세계증시에 메가톤급 악재로 부상한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