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극심한 불황을 겪은 작년에 이어 '사상 최대 호황'이라는 올들어서도 좀체 개선되지 않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 전반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외부감사 대상 4천2백90개 제조업체의 현금흐름표를 분석한 '2001년 제조업 현금흐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 기업 1곳당 투자비용은 평균 59억5천만원으로 전년 88억2백만원에 비해 32.4%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유형자산(설비)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21.9% 줄어든 49억2천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95∼97년 연평균 투자액(1백14억7천만원)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은은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데다 대부분 기업들이 단기수익 위주의 내실경영에 치중,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체들은 주식 등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했다. 지난해 유가증권 투자는 업체당 평균 6억7천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이 99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여력을 재는 '투자적정성 비율'은 지난해 1백72.7%로 전년도보다 22%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장사해서 번 돈을 설비투자에 쓰지 않거나 투자하더라도 투자액이 이익금 범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한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투자적정성 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수입을 유형자산 투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향후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의견도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 LG전자 넥센타이어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진 이같은 호황이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형순 한은 기업경영분석팀 과장도 "국내 제조업체들이 미래 수익기반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활동을 지속적으로 펴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