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여름 휴가철에 때아닌 인사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인사 발령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 대상자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경부의 간부급 인사는 배영식 전 기획관리실장(1급)이 지난달 28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꼬이기 시작했다. 청와대로 파견나가 있던 김영주 기획조정비서관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으로 복귀시키고 김병기 국고국장을 후임 청와대 비서관으로 내보낸다는 것이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원래 인사구도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신원조회 등으로 인사 일자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권오규 전 차관보가 지난 19일 조달청장으로 승진하면서 기본구도가 엉클어졌다. 김 비서관은 기획관리실장 대신 차관보 내정자로 바뀌었고 신동규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기획관리실장 직무대리로 전격 임명됐다. 김 차관보 내정자는 정식 인사 발령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22일부터 재경부 차관보실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내정자'라는 어정쩡한 꼬리표를 단 채로 산하 국.과장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23일에는 국회에도 출석하는 등 차관보로서의 업무를 보고 있다. 신 기획관리실장은 주말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기획관리실장 직무대리로 선임된 데 이어 월요일인 22일에 정식 임명장을 받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회 업무로 직무대리 선임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치더라도 불과 사흘 만에 한 사람을 두 차례 인사한다는 것은 해괴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석인 금융정보분석원장(1급)과 김 국고국장 후임이 누구로 정해질지도 관심거리다. 신임 금융정보분석원장으로는 김영룡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최근 방영민 세제총괄심의관과 김규복 경제협력국장이 새롭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옛 재무부 출신이라는 점.한 관계자는 "이들 중에서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선임되면 본부내 6명의 1급 관리관 중 5명을 재무부 출신이 차지하는 결과가 된다"며 "모양상 경제기획원 출신을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새 국고국장에는 휴직 중인 소일섭 국장(전 홍콩 총영사)과 본부 대기 중인 김병일 국장(제2건국범국민추진위 파견 근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세청도 술렁거리고 있다. 손영래 청장이 작년 9월 취임한 뒤 특별한 승진인사가 없던 터에 국장급 네 자리가 한꺼번에 인사이동 요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재만 대전청장이 최근 퇴임한 데다 감사관, 국세공무원 교육원장, 서울청 납세지원국장 등 개방직 세 명이 8월 말로 임기가 끝나 후임을 놓고 부이사관급 고참 과장들을 중심으로 경합이 치열하다. 여기에다 다음달중 과장급 정기인사까지 겹쳐 있어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라는 게 국세청 직원들의 전언이다. 현승윤.김용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