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언해 세계 어느 기업보다 먼저 디자인을 전략적 경영수단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개발의 보조적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 이미지를 결정짓는 핵심 경영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자인 혁명 선언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일련의 디자인 우선 경영활동은 각종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고객만족도나 디자인수준 평가 및 브랜드 인지도에 있어서도 세계 유수 기업과 대등한 수준의 평가를 받게 돼 브랜드파워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개발활동을 벌인 결과 세계적 권위의 국제디자인 공모전인 2002 IDEA에서 건강체크 제품인 '패밀리닥터'가 금상을 수상하는 등 총 5개 제품이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8년부터 최근 5년간 IDEA 디자인 출품작중 17개 제품이 상을 수상해 미국 애플사와 공동으로 최다 수상 회사로 부상했다. 삼성의 디자인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제품개발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디자인을 새로운 사업 영역을 탐색하고 기술과 개발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인식하면서부터다. 신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해 마케팅 및 연구개발(R&D) 담당자와 대등한 발언권을 행사한다. 종합기술원에서 열리는 미래전략 기술회의에도 관련 디자이너가 반드시 참석한다. 해외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현지 문화 특성과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일본의 도쿄 등 4곳에 해외 디자인 연구소를 세워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한 사내 디자이너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사디'라는 전문교육 기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또 산.학 연계 활동을 통한 우수 디자이너를 조기에 발굴 육성하기 위해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성디자인멤버쉽'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장래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경쟁력은 제품의 외관에 달려 있지 않고 인터페이스(상호작용) 소재 컬러 음향 등 감성적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제품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고 조작하기 편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감성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는 디자인연구소내 감성디자인 전담 조직을 운영, 연구결과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또 한 해에 두 번씩 사내외 전문평가단으로부터 전제품에 대한 디자인종합품질을 평가받고 전경련의 디자인트렌드연구 등 대외기관의 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