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 한국디자인진흥원장 > 요즈음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자 비즈니스위크를 보면 한국의 디자인 수준은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산업디자이너협회(IDSA)와 비즈니스위크가 공동 주최하는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2002 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s:IDEA)에서 한국 기업들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수상작이 컨셉트부문에만 치우쳤으나 올해의 경우 양산제품이 다수 선정돼 이제 한국도 독자적인 디자인과 브랜드로 당당하게 해외시장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KOTRA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KOTRA 해외무역관을 통해 한국상품의 구매동기를 물었더니 놀랍게도 응답자의 20%가 디자인을 꼽았다. 이는 곧 한국 상품을 더 이상 싸구려 저급상품이 아니라 디자인이 앞서는 고급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이 수출상품 제값받기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시대를 맞이하면서 전기.전자, 컴퓨터, 정보통신 기기 등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품질이나 기술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인간의 감성을 울리는 디자인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첨단 디자인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의 핸드폰 MP3플레이어 등이 해외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분야의 앞선 기술력과 이를 접목한 하이테크 디자인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2002년도 우수상품디자인(GD) 상품 심사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수출주력품목인 전기.전자, 통신기기류의 출품이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GD 상품은 앞으로 우리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상품이 될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2000년 GD 상품으로 선정된 싼타페가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LG전자의 휘센 등이 외국브랜드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지탈웨이의 MP3플레이어는 소형가전제품의 각축장이라는 일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놀라운 기록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는 GD 선정제도는 지난 85년 시작된 이래 올해부터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 기업에만 출품자격이 주어졌으나 해외 브랜드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한국기업이 외국 기업과 디자인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바야흐로 이제 세계는 디자인을 통한 본격적인 질적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GD 상품의 디자인 수준이 높아지고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선진국 진입도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