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은 몸집 불리기에 그쳐선 안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제2차 은행합병과 관련,프랑스 영국 등 유럽지역의 합병은행 관계자들은 이렇게 충고했다. 이들은 또 "합병이든 지주회사 형태든 통합의 형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밝혔다. 2차 은행 합병을 앞두고 돌아본 유럽지역 합병은행들의 실태를 소개한다. ◆합병은 세계적 흐름=은행간 합병은 지난 95년부터 시작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북미지역의 경우 지난 95년 NBD은행과 퍼스트 시카고은행의 합병을 시작으로 체이스맨해튼-JP모건(2000) 등 지난해까지 모두 25건의 은행간 합병이 이뤄졌다. 유럽에서도 지난 95년의 영국 TSB그룹과 로이드뱅크 합병을 비롯 스페인 BS-BCH(1999),프랑스 BNP-파리바(2000) 등 지난해까지 22건이 진행됐다. 이 중 스페인 BSCH는 지난 99년 스페인 1위의 BS와 3위인 BCH가 통합해 총자산 세계 15위,규모 유럽 3위의 대형은행으로 변모했다. BSCH는 합병 후에도 멀티브랜드 전략을 통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은행합병의 가장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85년 개인·중소기업 중심 은행으로 출범한 포르투갈 BCP는 지난 95년 당시 자산 기준 4위 은행으로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2위인 BPA를 인수,포르투갈의 실질적인 대표은행으로 발돋움했다. ◆국경을 넘는 은행합병=매킨지컨설팅의 매트 베키어 파트너는 "유럽의 경우 초기 국내 통합에서 갈수록 국경을 넘는 국가간 은행 통합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에서 처지는 은행들은 세계금융시장을 선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합병이 활발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NP파리바의 필립 아규니에 IR 및 자금담당 부행장도 "대형 금융기관들은 국내적 통합이 한계에 이를 경우 성장을 위해 국가간 은행통합 필요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