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들의 잇따른 분식회계 파동이 한때 국제표준(Global Standards)으로 각광받았던 미국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 영향은 달러·유로 환율이 '1유로=1달러'인 등가(Parity)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최근의 유로화 강세가 주로 미국측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화 약세는 언제든지 급변할 소지를 안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조만간 신뢰를 회복하고 미국증시와 경제가 안정을 되찾을 경우 달러화 가치는 빠른 시일 안에 예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련되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보완책이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미국 달러화 약세-유로화 강세'를 축으로 하는 국제외환시장의 움직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마련되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신뢰회복 방안은 크게 보면 감독기능 보완과 회계 주체인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방지,사후적으로 기업평가와 컨설팅 업무의 강화방안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이번 분식회계 파동에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낸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관리위원회(SEC) 등 기존 감독기관의 기능을 대폭 보완하고 새로운 회계감독위원회를 신설키로 확정했다. 또 공공 감독기관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블루리본위원회 등을 통해 감독기능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위해 현행 회계제도의 정치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회계원칙을 위반할 경우에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사후적으로는 각종 평가기관들의 기업평가 방식을 정기평가에서 수시평가로 변경해 시장인식과 기업평가간의 괴리를 줄이는 조치를 마련했다. 이번에 도덕적 해이가 심한 컨설팅 업체도 컨설팅 업무와 회계감사 업무를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했다. 이런 제도 보완책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될 수 있느냐의 관건이다. 여러 변수 중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깨끗한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기준을 근거로 본다면 불행히도 부시 미국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아직까지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에 제도적으로 보완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신뢰 회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국 최근의 '1유로=1달러'의 등가시대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이 경우 국제통화 질서의 변화는 무엇보다 21세기 들어 그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는 유럽과 북미,아시아 경제권간의 3대 광역경제권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국제통화 질서도 유로화와 달러화 그리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3극 통화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앞서 검토했던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통화 질서가 '3대 광역경제권과 3극 통화체제'로 굳어지고 3극 통화간의 가치가 목표환율대로 수렴될 경우 진정한 의미의 지구촌 사회(global society)가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유로화의 창시자이자 전 벨기에 루벵대의 버나드 리태어 교수가 제창한 세계단일통화 '테라(Terra)'의 창설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