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업계가 2.4분기를 거치면서 급격한 판도변화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05930]를 제외하고 주요 D램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면서 팽팽한 경쟁구도를 이어왔던 `3강(强)1중(中)' 체제가 `1강(强)3약(弱)' 체제로 변하고 있다. ◆ 삼성전자 독주 가속화 =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4분기 메모리부문매출은 1조8천억원을 기록했고 이중 D램 부문이 1조3천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메모리 부문 6천억원중 D램 부문이 4천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같은 D램부문의 `선전'이 2.4분기 사상최대 순익(1조9천200억원)을올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나머지 `빅4'에 속하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독일 인피니온은 모두적자를 기록했고 하이닉스[00660]반도체도 적자전환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독일 인피니온은 20일 발표한 3.4분기(한국의 2.4분기) 실적발표에서 메모리부문 매출이 전분기 대비 7% 감소한 5억4천500만 유로(6천400억원 상당)를 기록했다. 세전손실은 1천700만 유로(200억원 상당)에 달했다. 5월말 결산법인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5월 분기에 7억7천만 달러(9천억원 상당)의 매출에 2천420만 달러(290억원 상당)의 순손실을 기록, 6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6월 실적까지 감안한다면 손실 폭은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는 아직까지 공식발표를 하지않았지만 1.4분기보다 매출은 소폭 늘어난8천억∼9천억원, 순이익은 -1천억∼-2천억원으로 적자전환된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추정하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은 100억원대의 소폭 흑자를 낸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있다. 이처럼 빅4내에서 삼성전자와 나머지 3사간의 격차가 커진 것은 원가구조와 시장적기 대응측면에서의 경쟁력 차이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총원가는 128메가 D램 기준으로 3달러 후반대로 판가가 3달러대로 떨어져도 손실폭이 크지 않은 반면 나머지 3사는 4달러 중.후반대로 공장을 돌리면 돌릴 수록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갖춘 256메가 DDR이 새로운 주력시장으로 떠오른 점도 삼성의 독주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56메가 제품시장에서 35∼37%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의 D램업계 판도는 삼성전자.마이크론.하이닉스 `3강'-인피니온`1중' 체제에서 삼성전자 `1강'-마이크론.하이닉스.인피니온 `3약' 체제로 고착화될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삼성전자(20.9%)와 마이크론(18.7%), 하이닉스(17.1%)가 박빙의 승부를 겨루고 인피니온(9.4%)이 이를 뒤쫓는 형국이었지만 작년부터 삼성전자(27%)가 마이크론(19%), 하이닉스반도체(14.5%), 인피니온(9.7%)과이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고 올들어 이런 구도가 굳어지기 시작한 것.최근 급상승세를 보이는 대만 난야테크놀로지(2.3%)는 인피니온쪽에 가세했다. ◆ 3약 생존게임 돌입..하이닉스 회생모색 =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독주보다는 3약으로 굳어진 마이크론, 하이닉스, 인피니온간의 생존경쟁에 쏠리고 있다. D램 경기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적자 폭은 갈수록 커져가자, 이들 3사는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시장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적어도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시장주력인 256메가 DDR이 업계판도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점. 이에따라 지금까지 업계 2위를 지켜온 마이크론은 DDR생산준비가 늦어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DDR 생산이 빨랐던 하이닉스는 2.4분기부터 256메가 DDR 가격급등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마이크론이 최근 하이닉스 재인수 추진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바로 DDR 생산지연에 따른 영업측면의 손실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피니온도 DDR 분야에서 수율과 품질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정창원애널리스트는 "적어도 256 DDR이 2-3달간은 품귀현상을 보일 것어서 시장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생존경쟁의 최대관건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첨단 반도체기술인 300㎜ 웨이퍼 양산경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따라 이미 300㎜ 웨이퍼 양산에 들어간 인피니온이나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갖춘 마이크론이 유동성위기를 겪고있는 하이닉스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하이닉스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기술개발과 신규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