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정책을 좌우하는 최고위 책임자 2명이 현 금융불안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여 주목된다.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상과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가 그 주인공으로 18일 국회에 출석해 일본 금융위기 가능성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하야미 총재는 "일본 금융시스템을 바라보는 국내외의 시각이 여전히 싸늘하다"며 "주가가 최근처럼 추락하면 10%를 넘는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년 4월로 예정된 페이 오프(예금자보호장치)의 전면 해제가 너무 이르다고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며 "남은 기간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나기사와 금융상은 "나라 안팎에서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금융계)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책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로 하야미 총재의 주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요직에 있는 사람이 불안을 부추기는 말을 늘어놔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은행들의 불량채권 처리는 스케줄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동일한 사안을 놓고 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일본 금융위기설이 국제 현안으로 부각됐던 지난 연말 공적자금 추가 투입을 주장하는 하야미 총재에 대해 야나기사와 금융상이 "필요없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뜨거운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