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17일 잇단 회계부정 스캔들과 기업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미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또 2년여 계속된 미 증시 침체로 인한 타격이 주택시장 호조로 충분히 상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특히 주택시장을 진단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그린스펀의 발언들은 FRB가 당분간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전날 미상원 금융위 증언에서도 미 경제의 근간이 여전히 견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미 의회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나 이를 빌미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하원 청문회 연설과 의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부문별로 간추린 것이다. (괄호안은 그린스펀의 발언에 대한 관측통들의 분석 등이다) ▲회계 부정: 모든 상장사 경영진이 당국에 회계의 투명성을 재확인받을 필요는없다고 본다.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정보를 제공한다면 물론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당국이 그렇게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SEC는 근 1천명의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회계의 투명성을 재확인받도록 요구한 상태다) ▲주택시장: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견해가 있으나 동조하지 않는다. 지금의 주택시장 호조는 오랜 증시 침체가 미 경제에 끼친 손실을 보존하는 성격을 갖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논리적인 우려"가 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지난 몇달간 주택가격 상승세가 진정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관측통들은 증시의 거품이 걷히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000년 3월 이전 그린스펀이 증시거품 폭발을 우려했으나 이번에 주택시장 거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언한 점이 사뭇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 증시: 증시 침체가 2년여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도 수익성을 하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이 더 이상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주택시장 호조가 부정적인 면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주택시장 호조는 소비를 좀 더 부추기는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부의 효과'가 주식시장에서 주택시장으로 옮겨진 것이라는 점을그린스펀이 강조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스톡옵션을 회계 처리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린스펀은 경영자들이 스톡옵션을 부여받기 때문에 자연 실적을 부풀리려는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해 왔음을 전문가들은 상기시켰다. 한편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시켜야 한다는 법안은 지난주 미 상원에서 저지됐으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역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소비: 현재로선 소비자 신뢰 하락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조짐이 없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소매시장에서 소비가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기업수익성이 나빠지면 장기적으로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조짐이 없다. ▲금리: 인플레가 계속 진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가 언제 와해될지모른다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에 FRB는 "견조한 경제 펀더멘탈이 더 완전하게 (탄탄한 회복세를) 보여주게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경제는 복합적인 요소들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게 때문에 현재 미국 경제의 "균형이 깨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상당히 양호한 확장 국면에 있다"고 평가할수 있다. (워싱턴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