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17일 미국의 새로운 반덤핑규정인 이른바 '버드수정안'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3인 패널은 이날 오후 분쟁당사국에 비공개로 전달한 잠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통보했다고 무역분쟁에 정통한 서방의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통상적으로 분쟁패널은 특정 분쟁사례가 WTO 관련협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만을 판정하고 구체적인 시정방향과 조치에 관해서는 당사자간 협의에 넘기는 것이 관례"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번 버드수정안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철폐하라는 구제방안까지 제시했기 때문에 미국측이 완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이번 판정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등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WTO 반덤핑협정 개정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버드수정안'의 제소국은 EU, 한국, 일본, 호주, 브라질, 칠레,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캐나다, 멕시코 등 11개국이다. 지난 95년 WTO 출범과 동시에 분쟁해결제도가 도입된 이후 미국과 EU의 바나나 분쟁을 제외하고 11개국이 공동제소국으로 나선 것은 버드수정안 무역분쟁이 처음이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 주도로 발의돼 지난 2000년 10월 상하원을 통과한 뒤 법으로 확정, 시행되고 있는 `버드수정안'은 미국 세관이 거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을 제소자측에 재분배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등은 외국기업에 벌금을 부과한 뒤 이 벌금을 미국내 경쟁기업에기술개발비나 의료비, 연금 등의 형태로 배분하는 것은 외국기업에 이중의 처벌을가하는 인센티브 제도일 뿐 아니라 반덤핑 등 제소의 남발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며재수정 및 철폐를 요구해왔다. `버드수정안'은 주로 철강산업을 염두에 두고 제정됐으나 화학, 식음료, 의약품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말 미 관세청이 버드수정안에 따라 해당 국내 업체에 지급한 분배금 규모는 총 2억 달러가 넘은 것으로전해졌다. 한편 한.미 양국간 WTO 차원의 무역분쟁 사례는 버드수정안을 포함해 모두 7건이며 이가운데 한국이 승소한 것은 5건이며 패소한 것은 2건이다. 한국이 미국을 제소한 것은 4건이며 미국을 한국을 제소한 것은 3건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