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권 문제로 또 다시 충돌했다. 특히 이번에는 한은측에서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고려중이어서 두 기관간 갈등이 법정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21일 금감원에 하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요구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거부한 채 지난 2일부터 단독검사에 들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공동검사요구권은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한은의 권한"이라며 "금감원이 이를 묵살한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법 88조와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62조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한은이 공동검사를 요구할 경우 금감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97년말 한은법 개정 때 한은이 은행 검사권을 금감원에 넘기는 대신 공동검사 요구권을 부여받은 뒤 지금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벌였으나 한은의 요구가 거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이영언 검사총괄국장은 "통화신용정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될 경우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응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라며 "하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 요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금감원측이 자의적 판단으로 한은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승 한은 총재도 지난 14일 KBS-TV의 '일요진단'에 출연해 "은행에 대한 한은의 공동검사권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한은법을 고쳐 독자적인 검사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검사권을 둘러싼 두 기관의 마찰은 증폭될 전망이다. 박해영.안재석 기자 bono@hankyung.com